'가지않은 길' 이야기

베트남이 주는 선물 ('17.06.14) 본문

베트남 이야기/베트남 에세이

베트남이 주는 선물 ('17.06.14)

한결같은 2017. 6. 14. 02:26

베트남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 참 많다. 두 가지만 예를 들어 보면, 하나는 저렴한 물가가 주는 씀씀이의 여유나 경제 활동의 안정감 같은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코가 높고 피부가 하얀 서양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느낄 법한 외국인 프리미엄을 갖는 것이다. 코도 낮고 피부도 검은 내가 한국말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호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베트남이 나에게 주는 일종의 은혜 같은 것이다.


많은 것들이 있지만 베트남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사고의 유연성과 생각의 확장성이다. 새로운 사업기회  찾기, 부자 될 궁리 따위에 관한 것이다. 나의 창의력과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그 생각을 확장시키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연구해 봤지만 찾아보면 다 있었고 간혹 없는 경우에는 안 될 이유가 너무나도 명료했다. 절망적이었다. 이런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 경험하다 보면, 창의력 대장 스티브 잡스도 대기업 출신 전파상 아저씨로 전락하고 말 거다. 내가 느낀 바, 한국 사회는 생각의 확장을 억제하는 치혈한 경쟁사회이며, 기회의 포착조차 힘겹게 만드는 포화시장, 저성장의 늪에 빠진 사회다. 스티브 잡스가 21세기 지구사회에 큰 족적을 남긴 것은 마음껏 꿈꾸게 하는 70년대의 미국 사회에서 개인용 컴퓨터(MacBook)와 똑똑한 휴대폰(IPhone)이 가져올 큰 변화를 먼저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나에게 생각의 자유, 마음껏 상상할 권리를 줬다. 생각을 해서 대체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아직 나는 할 말이 없다. 생각만 마음껏 했고 마땅히 실천한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 친지 그리고 벗들과의 따뜻한 시간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나의 삶의 행복지수를 꼼꼼히 따져보면 베트남에서 나의 삶, 재무상태는 되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실익이야 그다지 없지만, 이 곳에서의 삶은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권리를 위해 감내할만한 희생이다.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고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베트남이 좋다. 일상적인 출근길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곤 한다. 어! 이거 대박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것 하나 없는 게 사업이라지만, 자유로운 생각조차 쉽지 않았던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오늘 당장 꿈꿀 수 있는 베트남이 좋다. 멋진 아이템을 찾았다 해도 뛰어들면 고생인 건 분명하다. 내일 고통은 모레쯤 생각하기로 사고의 유연성을 발휘하면, 이 즐거움은 틀림없이 나의 베트남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아주 마음껏.

그 생각이 뭔지 묻지 마시라. 그건 나와 베트남만의 비밀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