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난함산의 봄
- 짜다
- 고수의 생각법
- 여리고
- 베트남의 첫인상
- 일기장
- 이스라엘 소개
- 신년예찬
- 창업인턴
- 마음을 담는 편지
- 사업기회
- 봄을 기다리며
- 독서록
- 유시민
- 거인과 싸우는 법
- 여호수아 청년공동체
- 베트남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병영일기
- 국방일보
- 첫직장
- 이스라엘
- 통신소 생활
- 기도편지
- 어떻게 살 것인가
- 퇴직메일
- 베트남 사람되기
- 김우중과의 대화
- 굿모닝비엣남
- GYBM
- Today
- Total
'가지않은 길' 이야기
가까이 있어 즐겨 찾는 ('13.10.21) 본문
수 일 전, 삼십 수 년의 인생을 살면서도 아직 융프라우에 가본 적이 없다는 스위스 친구를 만났다. 나는 비록 유럽여행을 가 본 적이 없지마는, 누구든 유럽여행을 간다면 꼭 한 번 쯤 들른다는 알프스의 융프라우를 두고 '꼭 가봐야해?' 하는 희안한 스위스 친구의 말.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다지 희안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는 것이, 오랜 세월을 전주에서 살면서 한옥마을을 '딱 한 번'만 가봤다는 아주 가까운 친구가 내게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 뿐인가, 평생을 '엠파이어 씨티' 뉴욕에 살면서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한 발짝도 들여놓은 적이 없다는 아저씨를 만난 적도 있었으니깐.
다가오는 겨울(?)의 문턱, 지중해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는, 융프라우에 아직 가보지 못한 스위스 친구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지중해', 그 푸르른 바다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두고도 몇 차례 찾지 못한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나는 나에게서 약간의 실증을 느꼈다.
'내일로' 기차 여행을 하면 꼭 한 번 쯤 들른다는 전주, 그리고 한옥마을. 한옥마을에 '딱 한 번' 가봤다는 친구 얘기를 논외로 하고, 또 누구나 전주에 온다면 한 번 쯤 꼭 방문하여 맛본다는 '풍년제과'의 63년 전통 수제 초코파이를 말해보자. 나는 이 빵집을 수 십 번을 넘게 방문하고, 또 수 백 번 넘게 앞을 지났을 터였지만, TV방송과 많은 블로그들에서 회자되는 이 초코파이를 사먹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몇개월 전까지 존재 조차도 알지 못했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항상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그리면서, 현재를 현재답게 살아가지 못 할 때가 많다. 또, 바다 넘어 새로운 곳의 추억과 낭만을 꿈꾸지만, 정작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과 기쁨, 감사를 잘 발견하지 못 할 때가 많다. 바람직하지 못한 이야기. 하지만,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겠다.
땅 끝이라고 불리우는 이역만리 이스라엘 땅에서. 나는, 또, 먼 옛날 누렸던 가까운 곳의 수많은 행복들을 생각했다. 한옥마을, 그리고 풍년제과의 수제 초코파이. 그 때 나에게는 그다지 의미없던 존재들을 그리워하고 소망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지금 가까운 곳에 있는, 잊고있던 소중함을 떠올리게 된다.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 '지중해 바다', 그리고 '힘겹지만 감사하게(?) 살아가는 매일 매일'.
멀리서 그리운 추억이 될 존재들이라면,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 버티지 말고, 낭비하지 말고, 즐기고 누리는 것이 옳다. 자주 방문하고, 자주 생각하고, 자주 바라보며 느끼고 또 자주 기록하는게 좋다. 나에게 이스라엘은, <가까이 있어 언제든지 방문 할 수 있기에, 쉽사리 찾지 않았던 그들의 '한옥마을', '융프라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아니니깐. 소중한 시간이 이제 삼개월 남짓 뿐 안남았으니깐.
지중해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을 종종 두 눈에 담을 것을 스스로 약속한다. 또, 가까이 있어 무관심한 대상이 아니라, 가까이 있어 즐겨찾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또 다짐 해 본다. 모처럼 생긴 오랜만의 마음의 여유로 적기 시작한 글, 처음의 생각과 의도와는 사뭇 다른 글이 나오고 말았지만, 그런건 상관 없잖아. 아무튼지, 이제 절반 쯤 달려온, 89일차의 이스라엘, 그 일기를 이렇게 마무리 해 본다.
수고했다 한결아.
토닥토닥.
'비망록 > '13~ 이스라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막절을 보내며 ('13.09.18) (0) | 2013.09.18 |
---|---|
기준을 바꾸자 ('13.08.06) (0) | 2013.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