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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않은 길' 이야기
난함산의 봄 ('09.04.29) 본문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 흥얼거리는 노랫가락 속의 화개장터처럼 내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이곳 또한 충청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곳으로 충청도 영동을 통하지 않고는 오를 수 없는 경상도 김천의 표고 733M ‘난함산통신소’이다. 좌로는 충청도가, 우로는 경상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 남들이 흔히들 말하는 춘삼월 호시절까지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이곳은 간부 2명과 병사 5명이 옹기종이 모여앉아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다.
내가 군에 오기 전, 아버지를 따라 봄과 가을로 등산을 한 것 처럼, 대다수의 사람들도 종종 등산을 한다. 오르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통해 높은 곳에 올랐을 때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체력, 성취감,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넓은 가시거리의 진풍경이 주는 청량감은 등산의 고단함을 잊게 하며 새로운 각오를 세우는 데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던 경칩을 수일 앞두고 처음 난함산에 올랐을 때에도 그러했다. 이곳에서 6개월간 펼쳐질 내 군 생활이 너무 기대됐던 것이다. 아침이면 맞을 수 있는 상쾌한 공기와 바람, 저녁이면 감상할 수 있는 김천시의 야경,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그러나 누구나 그러하듯 초심을 유지하기는 너무 힘들었다. 입춘이 지난지도 한참 되었지만 너무나 낮은 기온, 체감 온도를 훨씬 낮추는 강한 바람은 나를 통신실 안에 가만히 웅크리게 했고, 지극 당연한 예기지만 하룻밤을 보냈는데 딱 하루밖에 줄지 않는 군 생활은 나를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들게 했다.
바야흐로 ‘황무지’의 시인 T.S 엘리엇이 말한 잔인한 4월도 중반에 접어들었다. 문득 이런저런 답답한 마음이 들어 바람을 쐬고자 통신소 언덕에 올랐다. 항상 움츠렸던 여느 때와는 다른 따스한 봄기운이 나를 휘감는 것을 느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봄기운, 싱그러운 봄내음이 날짜의 흐름에는 민감하면서 계절의 흐름에는 무감각했던 나를 새롭게 일깨웠다. 하루하루 작은 변화가 가져온 큰 변화에 난함산에 처음 올랐을 때의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머얼리 이름모를 산, 산등성이 사철나무 사이로 보이는 개화한 매화나무가 외롭고 답답하던 내 마음을 활짝 피어나게 했다. 난함산에도 봄이 온 것이다. 아니, 봄은 먼저 와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느낀 순간 찾아온 봄이 사소한 것에 얽매여 진정한 아름다움은 알지 못했던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하루의 변화 속에 찾아온 새로운 계절처럼, 하루의 변화 속에 나 또한 건장한 사회인으로 돌아갈 날이 올 것이다. 관용적인 표현으로 ‘엊그제 같다' 는 표현이 있다. 내 지난 입대일 또한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절을 넘어섰다. 한참이 지나고 나면 오늘 하루도 ’엊그제‘ 같던 한 때로 기억 될 것이다. 겨울의 한파를 몰아내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듯, 큰 변화는 절로 오는 것! 통신소 언덕 봄 햇살을 맞으며, 아쉬움은 남더라도 후회만은 남지 않는 군 생활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에게 하루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난함산통신소, 그리고 내가 속한 국군지휘통신사령부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끝으로 나와 같이 대한민국 각처, 도심과 산과 바다에서 전천후 무중단 통신지원에 힘쓰는 200여개 통신소의 전우들에게도 ‘파이팅!’ 이 세 글자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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